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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가람당의 병사와 백나비의 꿈
너는 그 손으로 몇 명이나 구한 것이냐.
모릅니다.
(장면 전환)
백토끼
여어, 드디어 일어났구만.
흑토끼
일어났어, 일어났어!
유에
......
백토끼
오? 뭐냐 네 녀석, 그 표정은.
유에
뭐지 이건.
백토끼
이거라고?!
흑토끼
이거라니 무슨 말버릇이냐!
유에
......
유에
나도 참 이상해졌군. 설마 이런 상상화를 혼자서 꾸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백토끼
꿈이라고?!
흑토끼
이 녀석! 이거라 부르질 않나, 꿈이라 하질 않나!
유에
아닌가.
백토끼
네 그 멍청해 보이는 눈으로는 꿈과 현실을 구별하지 못하는 거냐!
유에
그건......
흑토끼
이 녀석, 입을 다물었어!
백토끼
맞지, 내 말이 맞는 거지?!
유에
......
그림은 혼자 말하지 못한다.
백토끼
네 녀석이 그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을 뿐이야.
흑토끼
그림도 입을 열고 대화할 수도 있어. 사람이 정을 담아서 그린 거니까, 인정이 붓 끝에 스며든다 이거야!
유에
......
유에
......
유에
......사람의 몸을 지니고 있음에도, 사람의 마음이 깃들지 못하는 이도 있다. 사람의 몸을 지니지 못함에도 사람의 마음을 지닌 이도 있다고 하여도, 그리 이상할 건 없겠지.
백토끼
뭘 중얼거려!
유에
너희는 뭐하는 것들이지.
백토끼
뭐하는 것들이냐고?
백토끼
네 눈은 멍청해 보이는 게 아니고, 옹이구멍이야 옹이구멍! 잠들기 전에 벽을 못 본 거냐, 벽을!
유에
그림이 있군.
백토끼
그래! 우리의 그림이라고, 우리의!
흑토끼
화가님께서 우리를 그린 벽이다!
유에
......
백토끼
여기 이 부분!
흑토끼
이 근처를 봐!
유에
아아.
백토끼
아아, 가 아냐! 이제야 눈치챘냐!
흑토끼
잠시 동안 이곳에 머무르는 주제에, 무신경하기 짝이 없군!
유에
캄캄해서 잘 보이지 않았다.
백토끼
시끄러! 이제 와서 변명하지 마, 흥!
흑토끼
흥흥!
유에
......
백토끼
뭐라고 반응해봐!
유에
시끄럽다고 말하지 않았나.
백토끼
이익ㅡ!
유에
......
유에
......
유에
암야라고는 하나, 이곳의 주인조차 몰라뵙다니 무례했다. 미안하다.
백토끼
오.
백토끼
뭐야, 뭐냐고. 의외로 솔직한 녀석이잖냐.
흑토끼
의외로 예의가 바른 녀석이군. 용서해, 용서한다!
유에
그래서, 너희는 대체 나에게 무슨 용무냐.
백토끼
간단해. 우리가 너를 깨운 이유는......
백토끼
이렇게 하기 위함이지!
백토끼
에잇! 에잇!
유에
......
백토끼
호왓!
흑토끼
으아! 형님이 떴어!
이, 이 녀석! 목덜미! 형님의 목덜미를! 부드럽게 잡았겠다!
유에
왜 나를 깨웠지.
백토끼
여기를 나가라고!
유에
뭐?
백토끼
빨리 여기를 나가라고! 그게 우리를 위한 일이고, 너를 위한 일이야!
흑토끼
네 옹이구멍을 탓하는 게 아니야. 우리는 너 좋으라고 한 짓이라고!
유에
무슨 말이지.
흑토끼
그건......
유에
......
유에
......
흑토끼, 백토끼
나왔어. 나왔어!
흑토끼
그러니까 빨리 나가라 했잖아. 빨리 나갔어야 했어.
유에
떨고 있구나.
흑토끼
무서워. 당연히 무섭지.
흑토끼
저 녀석은 마음이 없거든.
유에
......
흑토끼
저 갑옷병사 그림은, 반대편 벽에 그려진 그림이야. 이곳에 들어온 악동들이 우리에게 낙서를 못하게 하도록.
흑토끼
저 녀석은 그걸 위해서 강하게 그려진 거니까, 누구든지 저 녀석을 무서워했지. 아무도 안 오게 됐어. 저 녀석이 두려워서.
흑토끼
그 후부터는 그 뭐냐. 저 녀석은 밤이면 밤마다 날뛰게 되어버렸어.
저 녀석에게는 혼이 있고, 마음은 없어. 그러니 모두가 두려워하고, 모두를 내쫓는다는 진리로만 움직이는 거야......!
갑옷 병사
ㅡ!
흑토끼
으아아악! 여, 여기로 온......!
유에
빠르지만 옆구리가 비었어.
흑토끼
히익!
백토끼
...... 갑옷 병사가 던져졌어......
갑옷 병사
......
갑옷 병사
ㅡ
흑토끼
히익! 또 움직인다!
흑토끼
저 녀석은 아픔을 몰라! 그러니까 던져도 다시 일어나는 거야!
유에
......
유에
저것이 진짜 극(戟)이었다면, 그림은 찢어졌겠구나.
갑옷 병사
ㅡ!
유에
칫.
흑토끼
괘...... 괜찮냐? 아까부터 피하기만 하고......
유에
이 그림은 밤에 날뛴다 하였지. 그럼 날이 밝을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게 타당하다.
......그림이 사람처럼 상처를 입지는 않을 것 아니냐.
흑토끼
이길 수 없겠냐?
유에
지지는 않을 것이다.
한 손으로 다루는 극을 양손으로 쥔 이도, 싱싱한 몸을 가진 이도, 상대해본 적은 없다만......
유에
......, 지지는 않는다.
유에
사람의 마음을 지니지 못한 자에게 진다면, 내가...... 사람인 이유가 없다.
흑토끼
......
흑토끼
형님.
백토끼
......
흑토끼
저 녀석, 계속 싸우고 있어. 저 괴물과 혼자서.
저 괴물은 숨을 쉬지 않지만, 저 녀석은 한 번도 숨을 흩트리지 않았어. 대단해.
백토끼
......
흑토끼
......
흑토끼
무서워.
(장면전환)
유에
......
유에
극을 잃은 이후로, 쓸 수 있는 수단을 다 쓰는 날이 오다니......
유에
비 때문에 상처가 욱신거리니, ......꿈은 아닐 터이다.
갑옷 병사
ㅡ!
유에
거기냐.
갑옷 병사
ㅡ, ㅡ!
유에
......!
흑토끼
위험해, 던져졌......
유에
간단하군.
유에
밧줄을 걸면 발버둥 치고, 온 힘을 다해 나를 들어 내쫓으려 한다. 의식이 한쪽 손으로 쏠리면 남은 손은 둔해진다.
유에
사람 흉내를 잘 내는구나......!
갑옷병사
ㅡ!
유에
무기를 들쳐 올리면, 그 손은 더 이상 힘을 쓸 수가......
유에
......
흑토끼
어?
백토끼
바보야, 도망쳐! 줄이 끊겼어! 극이 이쪽으로 날아온다......
흑토끼, 백토끼
으아아악!
유에
무사한가!
백토끼
뒤......!
유에
......!
갑옷병사
......!
유에
...... 윽...... 아......
백토끼
멍청아! 녀석의 무기를 네가 들어봤자, 네 팔로는 쓰지도 못할 거야!
유에
......극은, 예전에 다룬 적이 있다. 상당한 실력이...... 있다.
흑토끼
팔을 다쳤잖아!
유에
....... 하지만 몸이 기억한다.
유에
......!
갑옷병사
ㅡ!
유에
......이 상태로는,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리진, 못하겠지.
유에
......
유에
너와 마주보니......
......공연히 두려워지는구나.
유에
거울을, 보는 듯하다.
유에
......
흑토끼, 백토끼
미안.
너를 두려워 했어. 우리를...... 구해줬는데.
유에
......
유에
......
상관없다. 당연하니까.
유에
나는 저 갑옷병과 무엇 하나 다르지 않다. 스스로의 허무함에 눈물을 흘리지 않아...... 그저 살아갈 뿐인......
유에
텅 빈......
유에
......
유에
하얀, 나비?
유에
...... 너는......
유에
기다려......
유에
큭......! 아......
유에
......
흑토끼
뭐...... 뭐야, 방금 그거.
백토끼
나비들이...... 저 갑옷병사를 가람당 안으로 들였어.
갑옷 병사
ㅡ.
갑옷병사
......
유에
......
어째서......
유에
또, 나를 두고 가는 것이냐.
백토끼
그랬구나. 저 녀석이 날뛴 건 마음이 없기 때문이 아니었어.
흑토끼
우리는, 계속 눈치채지 못했어. 쭉 떨고 있었으니까. 그러니 저 녀석의 슬픔을 눈치채지 못한 거야.
흑토끼
녀석은, 마음을 잃었기에 날뛰는 거였어.
유에
......
(장면 전환)
유에
......
주민
여어, 드디어 눈을 뜨셨구만요.
유에
......
유에
......윽.
주민
오, 밧줄로 조종하는 검인가요.
유에
잘리지 않았다.
유에
......
주민
이 절에 얽힌 소문을 모르시는 것 같네요.
유에
소문이라.
주민
이 절에서 머물면 기묘한 꿈을 꾼다는 소문이지요.
유에
......
주민
벽의 그림에 흥미라도 있으신지요?
유에
......
여기...... 이 부분에.
주민
흔히 보이는 병갑옥토도군요.
갑옷병이 두 자루의 극을 쥐고, 만월과 신월을 상징하는 달토끼에게 손을 뻗으면, 달토끼들은 그 마음에 응하여 갑옷병에게 절하는 겁니다.
유에
......
사죄하는 게 아니었나.
주민
과연, 그렇게도 보이는군요.
유에
......병사의 몸에는 나비가 그려져 있군.
주민
관찰을 잘 하시는군요.
유에
검은 나비다.
주민
아마 무하유접을 바닥에 떨어트리는 거겠지요. 무하유접의 날개는 윤기가 나며 검다고 합니다.
유에
......
주민
왜 그러시죠?
유에
......
유에
.....아무것도 아니다.
유에
......저 나비는 처음부터 그려진 것인가. 아니면, 그림에 생긴 공백을 누군가가 불쌍히 여겨 그려 넣은 것인가.
주민
꽤 오래된 그림이니까, 이제는 알 길이 없죠. 안다고 해도 무엇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요.
저같은 속물에겐 예전부터 그려진 나비인가 보다는, 지금 나비가 그려져 있는 게 더 중하다 생각합니다.
유에
......
주민
이상한 꿈을 꾸셨군요.
유에
......
유에
저 갑옷병과 싸우는 꿈이었다. 내 앞에 하얀 나비가 나타났고, 그 나비가 갑옷병의 안으로 들어가자 갑옷병의 그림이 사라졌지.
나는 그때까지, 저 갑옷병의 그림을 쫓아낼 생각만 했다만. 지금 생각해보면 쫓아내는 것에 너무 혈안이 되어있었던 것 같다.
주민
싸우고 있었으니 어쩔 수 없지요.
유에
......글쎄.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주민
어째서죠.
유에
난 그 괴물에게는 처음부터 마음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 괴물이 모습을 감췄을 때, 난...... 나비가 괴물을 불쌍히 여겨 스스로의 마음을 주었기에, 괴물이 처음으로 스스로를 돌이켜보고 모습을 감춘 거라 생각했다.
유에
그리고 만약 저 갑옷병이 무언가를 잃었다 한다면. 그건 저 나비가 아닌, 저 시시한 달토끼였을 것이라고.
유에
갑옷병이 조금만 더 빨리 스스로가 잃은 게 달토끼였다는 걸 알아챘다면, 녀석들에게 마음을 나눠 받았을지도 모른다.
유에
그러니...... 그런 가람당의 꼴이, 무척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난 마지막까지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주민
슬픈 이야기네요.
유에
그래. 그저 허무할 뿐이고, 시시하다.
사실은 그렇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주민
꿈에 거짓이나 진실이 있을까요.
유에
......
유에
없는, 건가.
주민
당신, 평소엔 꿈을 꾸지 않는 것 같네요.
유에
꾸지 않는다.
옛날부터 그랬다. 난......
(회상)
전 사람에게 은혜를 베풀기 위해 용병이 된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이 손으로 누군가를 몇 명이나 구했는지 기억하지 못하며. 신경 쓸 필요도 없습니다.
극히 사소한 일이라 여깁니다.
(회상종료)
유에
......
유에
나는 옛날과 크게 다르지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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