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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그리고 그녀도
자르키이
부드러워 뮤엘...... 구름같구나 너.......
나논
더, 더워..... 더워 오빠...... 어, 어째서 한여름에 모포로 사우나를 맛보는 거야......?
류흐트
......흠.
텐트 밖
부대장, 어때?
(장면전환)
류흐트
안되겠군.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리쥬
대장까지? 드문데ㅡ, 평소라면 가장 먼저 일어날 텐데.
닉스
앗! 설마 자르키이 씨, 늦잠에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낸 건가......?!
이렇게 있을 수 없지, 나도 다시 잘래! 조금이라도 더 자르키이 씨에게 가까워지고 싶어!
리쥬
흉내내지 않아도 되거든. 이미 아침 만들었어.
부대장, 이러면 완성으로 봐도 되는 거지?
류흐트
응? 그렇군. 간도 맞췄으니, 완벽해.
메르크
뮤! 수프인가요?
유우
좋은 냄새......
닉스
류흐트 씨는 가아끔 미네스트로네를 만들어주셔! 아, 그런데 평소랑은 건더기가 다르네?
류흐트
환경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지. 모처럼이니 여러가지를 넣어봤어.
리쥬
식재료가 얼어붙지 않으니까~. 헤에, 괜찮네. 빨리 먹자.
메르크
자르키이 씨랑 나논 씨는 놔둬도 되는 건가요?
리쥬
음ㅡ, 오늘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평소처럼 일찍 일어나서 움직여야할 필요가 없으니까.
닉스
응. 평소라면 빨리 먹고 빨리 치우자 라는 분위기니까.
유우
히, 힘들겠다.......
류흐트
느긋하게 있다간 무슨 꼴을 당할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요. ......확실히 요리도 식을 것 같군.
리쥬, 먼저 먹도록 해.
리쥬
그래ㅡ. 근데 당신은 어디 가?
류흐트
그냥. 한 명 더, 늦잠을 자는 녀석이 있는 것 같아서.
깨우러 갈게.
(장면전환)
샤릿슈
살금살금..... 살금살금.......
샤릿슈
후우...... 여기까지 오면 들키지 않겠지. 역시 나야. 도주도 초천재의 영역이지!
......애초에 눈치채지도 못하겠지.
샤릿슈
따, 딱히 상관 없어. 그 녀석들하고 사이가 좋은 것도 아니고......
류흐트
섭섭한 소리를 하는구만.
샤릿슈
히야아아아악?!
류흐트
아파ㅡ!
샤릿슈
뭐, 뭐야 류흐트였냐...... 노, 놀라게 하지 마......!
류흐트
너, 너....... 일단 남의 머리에 블록을 떨어트린 걸 사과해......
샤릿슈
미, 미아...... 아, 아니. 네가 갑자기 튀어나온 게 잘못한 거지! 난 전혀! 조금도 잘못한 게 없어!
류흐트
...... 됐다. 둘 다 잘못했다 치고 넘어가자.
샤릿슈
흥. 당연하지.
그, 그보다 왜 네가 여기 있는데! ......서, 설마? 날 쫓아온 거야?
그럴 리가! 네가 그런 주변머리가 있을 리가!
류흐트
아니 쫓아온 게 맞는데.
샤릿슈
뭐시라!
류흐트
말도 없이 텐트를 거두지 마. 찾기 힘들어지잖아.
샤릿슈
무무무, 무슨 말 하는 거야! 나, 난 딱히 너희 동료도 아니고ㅡ, 과, 관계 없잖아!
류흐트
뭐 그건 그렇다만.
샤릿슈
으극! 그, 그래. 관계 없어......
류흐트
왜 갑자기 상처받는 거야.
샤릿슈
시끄러...... 그래서. 무, 무슨 볼일인데......
류흐트
볼일이라고 할 정돈 아닌데...... 떠날거면 아침 정도는 먹고 떠나는 게 어때.
샤릿슈
아, 아침?
류흐트
내가 만들었어. 꽤 맛있다는 평을 듣는다고.
샤릿슈
아, 알게 뭐야! 설마 그 말 하려고 온 거냐고! 조조조, 좋아하냐! 날 좋아하는 거냐, 너!
류흐트
마음이 맞는구만.
샤릿슈
맞지 않아! 아아 기분 나빠! 나 그냥 갈래1
류흐트
급한 일이라도 있나?
샤릿슈
그, 그런 건 아닌데.....
그, 그래! 너희랑 같이 있으면 평범함이 옮을 것 같으니까! 초천재의 뇌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거리를 두기로 했어!
류흐트
......그렇군. 확실히 너한테서 나온 말이라 생각하니 실로 자연스러워.
머리 좀 썼군. 그렇게 말하면 도망가는 중이라고 생각하기 힘들지.
샤릿슈
무무무무, 무슨 말이야?!
네, 네놈! 내가 뭐에서 도망친다는 건데!
류흐트
나논 여사로부터.
샤릿슈
갸악?!
도도도, 도망 가는 거 아니거든......! 뭐, 뭔데? 내, 내가 그 녀석의 뭘 두려워한다는 건데. 여여여, 영문을 모르겠네ㅡ.
류흐트
굳이 말하자면, 그녀의 존재 그 자체?
샤릿슈
......!
샤릿슈
하..... 하! 잘도 떠드네! 나, 난, 그런 근거도 없는 망언을 믿을 정도로 뇌가 단순하지 않거든......!
류흐트
그녀의 앞에 서고 나서, 자신의 초라함을 깨달았냐.
샤릿슈
......뭐?
류흐트
질투의 대상과 이야기를 나눠보고나서, 자신의 행동의 한심함을 깨달았냐고 묻는 거다.
샤릿슈
너, 너. 어떻게...... 아니, 그런 건 아무 상관없어! 그 이상 허언을 흘리지 마, 류흐트! 아무리 너라고 해도 진심으로 화낸다!
류흐트
허언이라고 생각하면 그냥 흘려 들어, 샤릿슈. 초천재는 그런 것도 못하나?
마음에 안 드는 것 전부를 부수고 해결을 보는 건 이지적이라고는 못해.
샤릿슈
큭......!
류흐트
계속 하지. 복수가 목적이라 말했지만, 네 행동은 아무리 봐도 물러터졌어.
네 발언으로 여사가 상처받으면 당황하고, 그녀가 인정해주면 히죽히죽 웃는 표정이 다 드러나고. 아무리 생각해도 복수심을 품은 인간의 행동이 아니야.
즉 네가 그녀에게 품고있는 마음은 복수심이 아니야. ......선망이 섞인 질투라고 하는 편이 적당하겠지.
샤릿슈
다, 닥쳐......
류흐트
자기보다 뛰어난 그녀가 부럽고 부러워서, 증오스러울 정도로 동경했지?
샤릿슈
닥치라고 했잖아! 내, 내가...... 그 녀석의 뭘 보고 동경한다는 거야?!
그, 그 녀석은 아무것도 안 하고! 오들오들 떨고! 호,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잖아! 그러니 항상 타인의 도움이나 받고......!
류흐트
맞아. 넌 도움받는 그녀가 부러웠던 거야.
샤릿슈
......!
류흐트
고독을 떨쳐내는 게 쉽지는 않잖아? 고독엔 맞는 사람이 있고, 안 맞는 사람이 있어.
넌 틀림없이, 맞지 않는 쪽이야.
샤릿슈
다, 닥쳐...... 닥치라고!
샤릿슈
내가! 그 녀석처럼 누군가에게 의지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혼자서 있는 게 맞지 않다고?!
아니야! 넌 아무것도 몰라! 나는, 난......! 천재야! 혼자서 할 수 있어! 혼자서 살 수 있어!
샤릿슈
그러니까, 나에겐 아무도 필요없다고!
류흐트
비판을 받지 않고 넘어갈 수 있으니까.
샤릿슈
앗! 뭐......?!
류흐트
5년 전의 트라우마를 아직까지 끌고있는 건 나논여사만이 아니잖아?
샤릿슈
어, 어째서, 그걸......
류흐트
......돌려주는 게 늦어졌군.
샤릿슈
그거...... 내, 내 노트! 저저, 전부! 전부 봤어?!
류흐트
그게 내 일이다.
샤릿슈
너, 너...... 너!
샤릿슈
잘도! 잘도 내 비밀을! 왜...... 하필이면 너한테!
류흐트
.....그 날 넌, 발표회에 대기응고제에 관한 레포트를 제출했다.
샤릿슈
마, 말하지 마!
류흐트
너에게 있어선 혼신의 작품이고, 어릴 적부터 그리던 꿈에 한 발자국 다가갈 수 있는. 하지만 그 레포트에 관한 교사진의 평가는......
샤릿슈
말하지 말라고 했지!
류흐트
혹평.
실현 불가능. 고안한 수식도 허점 투성이. 실험에 쓸 재료도 지적당할 정도로, 네 논문은 완전히 부정당했지.
샤릿슈
으, 극.......!
류흐트
실의에 빠진 네 눈에 담긴 건, 수상자들의 레포트. 그걸 읽은 너는 깊이 자각했을 거다.
류흐트
당해낼 수 없다, 고.
샤릿슈
......!
류흐트
그 모든 것을, 납득하지 않을 수 없었고, 나에겐 없는 무언가가 있다, 고. 넌 그걸 같은 과학자들에게서 느낀 거다.
단상에 선 세 명은, 꽤 눈부시게 보였겠지.
샤릿슈
......
류흐트
그러니 넌 도망쳤다.
더 이상 다시는 비판받고 싶지 않으니까, 네 과학을 믿고 싶으니까. 넌 학교를 그만두고, 혼자가 되는 길을 택했지.
필드워크를 거듭하고, 연구를 지속하고. 그렇게 네가 대기응고제를 형태로 만들어낸 게, 2년 전.
하지만 그걸 세상에 발표하지 않았어. ......어째서일까?
샤릿슈
......말해. 알잖아.
류흐트
아니. 이건 네가 말해야만 돼. 내가 말해도 되는 건 답에 도달하기까지의 경위 뿐이야.
답은, 네가 말해야만 돼. 그렇지 않으면 네가 납득할 수 없어.
샤릿슈
네놈......! 어디까지고 남을 바보취급이나 하고! 아아 알았어! 말해주지!
샤릿슈
또 비판받는 게 싫었으니까!
샤릿슈
그러니까 내 연구를 숨겼어! 나를 위해서만 쓰기로 했어! 사실은...... 사실은! 그 녀석처럼 [굉장하다]고 듣고 싶었어! 모두가 떠받들어주고, 칭찬해줬으면 했어!
하, 하지만. 남 앞에 서면, 또 무슨 말을 들을 것만 같아서......!
류흐트
......그래.
샤릿슈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하필이면! 너 따위가.....! 이해해주는 건데!
류흐트
......
샤릿슈
난, 그런 거 안 적었어! 저, 적으면 인정하는 게 되니까......! 그런데, 왜 네가......!
아 그래! 그래 맞다고! 저어언부, 네가 말하는 대로야!
샤릿슈
그 날 받은 비판이 계속 분했어! 나랑 그 녀석들의 차이가 비참했고! 그래도 내 꿈을 인정받고 싶었으니까 연구를 계속했어!
하지만 그 날의 트라우마가 계속 붙어있다고! 교사들의 비판을 받아들이니 연구도 금방 진행됐고! 그리고 아무도, 위로해주지 않아!
샤릿슈
거기다 뭔데 나논 그 녀석은! 유일하게...... 이길 수 있다고,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것도 없는 녀석이 수상한 건 운이었다고......!
그, 그 생각만을 버팀목으로, 5년간 달려왔는데! 음험하다고 생각하면 웃어! 그거 외엔, 날 버티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샤릿슈
어째서...... 그런 녀석의 주위에 사람이 모이는 거야...... 어째서 그런 녀석이 그런 발명을 할 수 있는 건데......
대단하잖아...... 대단하잖아, 그런 거!
그럼 난! 평생 이길 수가 없잖아......!
류흐트
......
류흐트
전부, 토해냈어?
샤릿슈
하아, 하아...... 뭐?
류흐트
독을 잘못 섭취했을 때 대처법은 여럿 있지만, 토해내는 게 가장 빠르다고, 생각해.
고통을 동반하지만, 위장에 쌓이는 것보다야 낫지. 몸을 좀먹게 되면, 더 귀찮은 치료가 필요하게 돼.
어때, 다 토해냈나?
샤릿슈
......아직, 부족해. 이것저것 해서, 5년분이라고......
류흐트
그렇군. 그럼 전부 토해 내. 전부 토하고, 하얗게 만드는 거야.
샤릿슈
뭐......?
류흐트
너는 아직 젊어. 인생이 썩었다 판단하기엔 빨라.
하지만 유예기간도 그다지 길지 않아. 지금 토하지 않으면 독은 몸을 좀먹겠지.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취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질 않아.
샤릿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너.
류흐트
경험담.
샤릿슈
그, 그런 말이 아니라!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말하느냐는 거야!
뭐, 뭔데. 이것도 네 일이냐? 그 대장에게 명령받은 거냐고.
류흐트
아니. 이런 귀찮은 일이 내 업무일 리가 없고, 대장도 다른 녀석들도 네가 품은 독을 몰라.
나만이 알아. 그러니 이곳까지 온 건, 말하자면 봉사활동이지.
샤릿슈
어, 어째서.....
류흐트
어째서, 라고 들어봤자.....
마음이 맞으니까.
류흐트
그러니 그냥 둘 수 가 없어.
샤릿슈
......그럼, 그럼 뭔데? 설마 지금까지의 행동은...... 겨, 격려라고 한 거였어?
류흐트
그렇다만.
샤릿슈
.....
샤릿슈
너, 진짜 친구 없지.
류흐트
너랑 같아서 말이지.
샤릿슈
시끄러 바보! 너한테 듣고싶지 않아! 이런 난폭한 방법으로 누가 기운을 차리겠어! 상냥하게 해!
류흐트
미안하지만 이 방법 외엔 몰라.
샤릿슈
으그그그! 왜 그렇게 지식이 편향된 거야! 이제 됐어! 그걸로 됐어!
그래서, 토했으면 이제 어쩌면 되는데! 하얗게 되고 나서, 뭘 어쩌라고! 아앙?!
류흐트
정해져 있지. 또 좋을대로 발자국을 남기면 돼.
나논 여사나 우리들과 만나고 느낀 건, 분노나 질투만이 아닐 거야. 그걸 그대로, 새로운 설원에 남기면 돼.
샤릿슈
......내, 내가 이제와서 그런 걸 허락받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류흐트
누구에게.
샤릿슈
누, 누구에게라니......!
류흐트
고작 십년 조금 넘게 산 걸로 인생을 깨닫지 마. 사람은 인생의 설원을 얼마든지 하얗게 되돌릴 수 있어. 이 세계에는 그런 미담이 잔뜩 있어.
그 중에서, 너만이 허락되지 않았을 리가 없잖아.
샤릿슈
......
샤릿슈
.....그래도 되냐고.
류흐트
막을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어.
단 전부 토해내었을 때 뿐이야. 분노만이 아닌, 굴욕이나 자신의 자괴감 전부. 그것들 전부 토해내야, 비로소 하얗게 되돌릴 수 있어.
샤릿슈
......힘들어?
류흐트
하지만 해 볼 가치는 있지.
샤릿슈
......
류흐트
......
류흐트
그럼 나는 이만 가보도록 하지.
샤릿슈
어, 가, 가는 거야?
류흐트
할 말을 다 했으니까. 어는 어쩔래? 미네스트로네, 먹을거냐?
샤릿슈
......조금 더, 생각해볼게.
류흐트
그렇군. 기다릴게.
샤릿슈
.....기대하지 마.
류흐트
.....
샤릿슈
.....
류흐트
그건 들어줄 수 없어.
샤릿슈
뭐......?
류흐트
네가 굼뜨다는 걸, 나는 아니까.
샤릿슈
......
......
......뭔데, 굼뜨다는 게.
샤릿슈
......칭찬, 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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